텃밭뉴스를 소개합니다.

[모두가 도시농부] 생물다양성과 우리씨앗을 지킬 수 있는

본문

생물다양성과 우리씨앗을 지킬 수 있는 
도시농업

백혜숙 사회적기업 에코11 대표


도시의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에 직면해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도시농업이 주목 받고 있다. 도시농업이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사라졌던 종들의 서식지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농부들이 우리씨앗을 심고 가꾸며 보전하는 활동은 단순히 건강한 먹을거리를 되찾는 차원을 넘어 유전적 다양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도시농업이 지향하는 생태적인 농업방식은 생물들의 서식지 복원과 생물다양성을 촉진하게 된다. 서식지의 복원은 벌, 나비, 지렁이와 같은 생태계의 사슬을 이어주는 생명체들의 귀환을 도와주며, 이를 통해 나타나는 유전적 다양성, 생물다양성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서식지의 재구축으로 이어진다.

FAF8A8D9-72DF-781F-F6B0-87EC711FCBFA.jpg


도시에서 농업을 하는 행위는 단순히 자급자족적인 식자재의 조달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위기에 처한 생명체의 서식지 회복, 사라졌던 종들의 복원, 나아가 공동체의 재구축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30cm를 조금 넘는 텃밭상자 하나가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산업화와 환경파괴로 공멸 위기에 놓여 있는 도시민들의 공동체를 재규합하여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쉽고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2017년 8월에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얻은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공유하는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이 된다. 나고야 의정서는 특정 국가의 생물자원을 수입할 때 로열티까지 내야 하는 국제협약으로, 자국의 고유종을 확보해야 국가경쟁력이 생기는 ‘종자전쟁’인 것이다. 이미 2013년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 International Union for the Protection of New Varieties of Plants)이 지적재산권 보호 품종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면서 식물종자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도 종자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종자원을 발굴하여 보호하고 고유한 신품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에 대응하기 위하여 해외 종자산업 동향과 정보 제공, 토종자원의 정당한 대우를 보장하는 정책 등 여러 가지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정부와 민간이 너나할 것 없이 자국의 생물자원을 보전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유럽이나 쿠바 등 유기농업을 중시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종자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농가, 지역단체들은 고유 품종을 자가 채종하여 지키고 교환하는 ‘지역종자네트워크’를 조직함으로써 종자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씨앗을 지키고 나누는 사람들(Seed Savers Exchange)’은 1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씨앗을 증식시키고 교환하는 활동을 하며 토종식물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 1975년부터 시작된 작은 활동이 40여 년의 종자지킴이 역사가 되었고, 약 2만 5천 품종을 보유한 미국 최대의 비정부 종자은행 중 하나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처음 지정된 종자은행인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가 있으며, 현재 총 9,458종의 268,308자원(곤충 및 미생물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경남, 전남, 제주, 강원에서는 토종씨앗 보존 지원 조례가 만들어져 토종씨앗 보전운동에 탄력을 받고 있다. 전남 장흥의 11명의 농가가 모인 ‘토종이 자란다’팀은 직접 기른 토종작물들의 사진을 SNS로 공유하면서 토종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2015년에 결성된 춘천토종종자모임이 올해 ‘춘천토종씨앗도서관’을 개관하여 춘천 인근지역의 토종씨앗을 수집하는 한편, 토종씨앗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의 토종자원이 안정적으로 보전되려면 토종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 상품가치 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래종에 밀려나고 종자은행에서 명맥만 유지하는 형편인 우리 고유종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토종 종자는 우리 땅에서 자라면서 대대로 우리의 자연과 환경을 고스란히 품고 보존되어온, 한반도 생태 및 자연 역사의 응결체이자 지역 고유의 유전자원이다. 도시농부는 토종에 관심이 많다. 해마다 2~3월이면 ‘토종씨드림’에서 주최하는 토종씨앗 나눔 행사에는 도시농부들이 항상 북적거린다. 전국여성농민회의 토종씨앗 축제와 한살림서울 가을걷이 축제, 농부의 시장 마르쉐@, 각 지역 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주관하는 우리씨앗 나눔도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도시농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민관이 협력하면 도시농업을 통한 생물다양성 확보와 우리씨앗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실천력 또한 확대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토종 관련 단체들과 함께 우리나라 토종작물 지도를 구축하여 보급하고, 정부는 각 지역 도시농업지원센터 및 관련 기관들이 씨앗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토종 보존 조례 제정, 씨앗도서관 건립, 토종 전시포와 채종포 설치, 저장고 설비 등을 갖추고 토종지킴이 활동들을 확산하도록 한다. 민간단체는 토종의 가치, 기능성과 효능, 토종작물의 재배법과 요리법 등에 대하여 연구하고 알린다. 이와 함께 우리씨앗도서관과 전시포를 생물다양성과 토종의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하고, 24절기에 따라 우리씨앗과 생물다양성 축제를 연다면, 토종의 가치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공동체성도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씨앗을 지키고자 하면 자원이 순환되는 생태적인 농업 방식은 당연 따라오기 마련이고, 더불어 토종커뮤니티도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씨앗-전통농업-종자나눔, 3개의 사슬이 각 지역으로 퍼져나가면, 생물다양성-자원순환-로컬푸드-커뮤니티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다면체가 둥글게 연결되어, 돌리면 서로 다른 면이 만나 새로운 모양을 만드는 입체도형 ‘칼레이도사이클’처럼 말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P